LXXVIII
사이드 쇼
🐀🐀 + 🐀
1. 역사의 뒤안길
이 아트페어에는 작품들이 모두 검은 천으로 덮혀 있다. 사람들이 구매를 하면 비로소 천을 들춰내어 작품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페어 기간동안 구매가 된 작품은 전시가 되는 것이고, 더 빨리 구매될수록 더 많이 관객에게 노출시킬 수 있다. 반면 결국 구매되지 않은 작품은 전시가 끝날 때까지 베일에 가린 채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하고 철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전시가 끝날 때까지 하얗게 칠해진 전시장 안에는 검은 천으로 덮힌 것들이 가득한 광경일 것이다.
2. 백 스테이지 쇼
이 공연은 무대의 앞뒤가 뒤집어져 있다고 표현하면 적당할까? 관람석에서는 백스테이지를 볼 수 있고, 반대로 실제 공연을 하는 무대는 무대 뒤편이다. 왜 이런 쓸모없는 것이 생긴 건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이 글을 읽은 후엔 이 공연의 가치를 알길 바란다. 이런 공연이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공연 실황 영상을 찍을 때 깔끔하다는 점이다.—물론 현장감을 중요시하는 부류가 있긴 하지만, 그런건 적당히 편집해 넣으면 되는 것이다— 관객이 보지 못하는 이 공연은 카메라 세팅이라던지 여러 면에서 편한 면도 있고, 무엇보다 공연을 하는 아이돌 친구들에게 부담이 없다는 점이 있다. 이런 사실이 팬들에겐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다. 나의 응원과 사랑이 부담으로 다가온다니. 그래서 다른 얘기를 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가수들의 공연 준비 과정을 실황으로 보며 함께하는 기분을 느끼는 공연이라고. 그렇게 팬들로서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무대 뒤의 모습을 보며 만족을 얻고, 기획사 입장에서도 여러가지로 활용 가능한 영상 소스를 깔끔하고 쉽게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공연은 쓸모가 있다.
3. 사이드 쇼
요즘 미래가 유행이다.
그래서(중략) 이제 무대의 앞면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사용된다. 본 공연은 무대의 뒤편에서 벌어지고, 사람들은 무대 뒤편에서 벌어지는 일을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을 따름이다. 혹자는 어차피 본공연이야 다 아는 이야기고, ‘진짜’는 무대의 뒷면에서 일어나는 것이니까 그것이 전경화되는 일은 오히려 좋다고 말하기도 하였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처럼 같은 공연을 여러 번 보지 않기 때문에···.
만약 운이 좋아 무대의 옆면으로 약간 공간이 있다면, 그곳에 서서 텅 빈 무대의 앞면에 결집한 사람들, 그리고 뒤에서 무대를 45°로 지지하고 있는 구조물 사이를 누비며 벌어지고 있는 본공연 양쪽을 번갈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의 무대 구성이 소위 ‘산책하는 관람자’ 모델로 명성을 얻으면서 너도나도 무대의 옆면을 가설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이어 아예 무대 한 가운데 무대를 놓아 무대라는 조건의 앞면과 뒷면을 자유로이 관람하도록 하는 부분전체론적 무대 구성으로 이어졌다.
앞면과 뒷면은 물론 시작과 끝의 구분조차도 지속적인 진동 상태에 놓이게 됨에 따라, 이제는 누구도 무대의 앞면은 물론 뒷면에서 벌어지는 (혹자의 표현 마따나) ‘진짜'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었고, 다시금 전면에 대한 갈망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요즘 미래가 유행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