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II

Newsp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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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증폭하는 기계가 발명되었다.

오랫동안 표현된 것에 집중해온 문화는 이미-표현된-것에 집착하는 자신의 경향을 극복하고자, 표현되지 않은 것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환에는 모든 표현된 것은 무언가를 누락하고, 모든 표현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표현 체계의 맹점을 ‘표현’한다는 식의 표현주의적 관점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즉, 근본적으로 표현에 대한 집착은 바뀌지 않은바, 표현되지 않은 것은 이른바 잠재적 투기 가치를 지닌 것으로 부상하기 시작했으며, 너도나도 아직 표현되지 않은 것을 채굴하기 위해 현재적 표현 가치를 잃은 과거 표현의 하치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방식으로 탈잠재화될 수 있다고 여겨진 모든 표현들이 차갑게 냉각되어있던 상태로부터 온갖 더러운 미래의 예견된 전유와 더불어 해동되었다. 정확히 같은 표현이 한 쪽에서는 모독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자긍심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었다. 새로운 것은 오직 전유를 통해서만 발생할 수 있었고, 잠시-새로운-표현은 컵라면이 익는 시간 만큼만 소진되고는 헌 신짝처럼 버려졌다. 이러한 유통 체계는 단지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같은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여기게 하는 환상 문학 같은 믿음을 부산물로 생성했다. 

그러나 침묵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게 됨에 따라, 더 이상 침묵이 무언가 다른 것을 함축하거나, 침묵-상태가 사실은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고 보는 관점이 어쩐지 시대착오적인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기존 관점에 대한 파기 선언은 언뜻 표현주의 전통에서 만연했던 계획적 진부화의 주기를 따르는 듯했지만, 이윽고 표현에 대해 오컴의 면도날 식 절약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이 침묵 증폭기의 효과로 속속들이 입증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가 말한 것은 단지 그것만을 말할 뿐이었으며,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은 또 다른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고 해석 당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것은 채굴-전유-소진-폐기의 주기 속에서 통돌이 당하던 이들을 당분간은 편안하게 해줄 것이었다. / 202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