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에 부친 글
지도에 ‘고태골’을 검색하면 유일한 결과로 ‘고태골옥외공중전화’라는 지명이 나온다. 고태골/고택골은 ‘골로 간다’라는 속어의 어원이 되는 곳이다. 공동묘지 혹은 처형장이었다는 설들이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고 대체로 ‘카더라’로 유통되는 것들이다. 어쨌든 현재 이 지명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이 공중전화 부스가 유일하다. 공중전화 부스는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 이 부스가 사라지고 나면 고택골이라는 지명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사라지게 된다.
공중전화 부스는 세워져있고 사람이 스스로 들어가는 반면 관짝은 눕혀지고 사람이 스스로 들어가지 않는다. 공중전화 부스가 지리적으로 떨어진 사람과 연결되기 위한 소통 장치로써 수평적 공시성을 지닌다면, 죽은 사람을 넣어 묻는 장치인 관은 나중을 위한 기억 장치라는 점에서 수직적 통시성을 지닌다고 상상해볼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사안이라도 남성 화자가 말할 때, 그리고 ‘팩트 체크’라는 단어가 사용될 때 덜 비난받고 더 신뢰받는다는 점이다. 믿음직스러운 남성의 목소리를 통해 팩트 아닌 것들이 수 없이 전달된다. '지명의 유례'에 관한 공식 기록과 번외 판본을 위상적으로 평평하게 만드는 남성 음성은 효과적인 허구기계다.